2005년 11월 07일
바다에서 쉬다.

성현님, 안녕하세요.
답글이 늦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오늘이 벌써 입동(立冬)이라네요.

문자를 주셨던 때에는 포항에서 가족들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생동안 안고 살아야 하는 고민, 딜레마가 파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 왔다가 또 밀려가는 것처럼 오랜 고민 끝에 답을 얻게 되어 "유레카!"를
외쳤다가도 또 다른 형태로 다가오면 어김없이 다시 고민의 파도를 타게 됩니다.

일단 성현님의 그림에서는 오른쪽에 성현님을 나타낸다고 보이는 소년의 존재와
왼쪽으로는 종이가 울게 된 위치에 소년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그림자의 입모양도 울고 있네요.
아니면 화가 난 건가요......

'사춘기'라는 것이 혼자 겪어 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외롭게 들리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겠죠.
소년의 앞에 성적인 유혹처럼 보이는 크고 빨간 꽃이 놓여 있고,
성현님의 말대로 양손엔 꽃과 또한 뱀(뱀은 인간적인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니까요)으로
균형을 잡고 있네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림자는 순결(순수함)을 잃었다는 것 때문에 슬픈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이 정신적인 순결이는 육체적인 순결이든 말입니다.

사춘기 시절의 성적 탐색이라는 것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죄책감은 더 크겠죠.
또래 아이들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며 애써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어쩌면 양심의 박동소리는 이전보다 더 크게 귀를 울렸을지도 모릅니다.

만화경이 목에 걸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그런 이유일까요.
그래서 그림자는 우울해 보이는가 봅니다.

만화경이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운.

성현님께 바다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꽃과 뱀으로 균형을 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
파도타기를연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늘 파도가 치는 날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바다가 잔잔해 지는 날도 있을거예요.

by kikirei | 2005/11/07 21:01 | 김성현 vs 김애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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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성현이 at 2005/11/07 23:35
선물 잘받았습니다. 소년의 손에서 시들어진 꽃은 땅에 떨어져 다시 씨를 뿌려 피어나겠죠.
조금 다른 향기로. 조금 다른 색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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